5년 뒤의 우리에게. 그때도 지금처럼 서로의 멍청함을 비웃으며 낄낄거리고 있을까. 11월의 그 서늘했던 공기와, 몸을 깊숙이 감싸 안던 푹신한 침대의 감촉이 여전히 기억나길 바라며 이 기록을 남겨둔다.
5년 뒤에도 선명할 네 가지의 기억 조각
고소한 기름 냄새와 볶음밥 내기. Tai Bei Fu Xin Da Fan Dian의 조식 뷔페에는 이른 아침부터 갓 볶아낸 밥의 고소한 향기와 사람들의 활기찬 웅성거림이 가득했다. 누가 더 많이 먹나 유치한 내기를 하며 접시에 가득 담은 볶음밥은 밥알 하나하나가 코팅된 듯 탱글하게 씹혔고, 짭조름한 돼지고기의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웠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대만식 죽의 부드러운 온기가 11월의 쌀쌀한 아침 공기를 포근하게 밀어내던 그 순간이 기억난다.
낯선 정적이 주는 안도감. 체크인 후 들어선 객실은 생각보다 넓어, 짐을 던져두고 침대에 동시에 누웠을 때 천장이 아득히 멀게 느껴질 정도였다. 바스락거리는 하얀 시트의 서늘한 촉감이 피부에 닿았고, 창밖으로 보이는 신북의 도시 소음은 묘하게 멀게만 느껴졌다. 복도마다 놓인 정수기에서 따뜻한 물을 받아 마시며, 우리는 서로의 잠꼬대를 기록하는 시시한 장난에 몰두했다. 넓은 공간이 주는 해방감은 마치 세상으로부터 격리된 우리만의 작은 섬에 표류한 기분이었다.
낮게 깔린 햇살과 셔틀버스. 남강 전시관으로 향하는 셔틀버스 창가에 머리를 기대면, 11월의 비스듬한 햇살이 뺨을 간지럽히며 나른한 온기를 전했다. 낮은 엔진 소음과 함께 창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낯선 거리의 풍경들, 그리고 그 사이로 보이는 옅은 회색빛 하늘이 무척이나 평화로웠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도 충분히 연결되어 있음을 느꼈고, 목적지보다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주는 묘한 설렘이 차가운 공기 속에 흩날리고 있었다.
수증기 속에 흩어진 무용한 대화. 욕조에 따뜻한 물을 가득 채우자 뽀얀 수증기가 욕실을 가득 메웠고, 은은한 비누 향이 코끝을 스쳤다. 피부에 닿는 물결은 비단처럼 부드러웠으며, 밖에서 불어오는 쌀쌀한 바람 소리는 오히려 욕조 안의 안락함을 극대화했다. 수건을 머리에 얹고 이번 여행에서 가장 쓸모없었던 결정들을 떠올리며 낄낄거렸던 그 시간. 정답 없는 무용한 대화들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며,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더 단단하게 묶어주었다.
다시 꺼내 본 11월의 조각들
아마 5년 뒤의 우리는 구체적인 여행 일정이나 방문했던 장소들은 희미하게 잊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Tai Bei Fu Xin Da Fan Dian의 바스락거리던 하얀 시트의 감촉, 아침마다 코끝을 자극하던 고소한 음식 냄새, 그리고 복도 끝까지 울려 퍼지던 우리의 해맑은 웃음소리 같은 감각적인 기억들은 불쑥불쑥 떠오를 것이다. 기억은 시간이 흐르며 유리알처럼 깎이고 편집되지만, 몸이 기억하는 온도는 정직하기 때문이다. 서늘한 신북의 공기 속에서 우리가 나누었던 온기가 사무치게 그리워질 때, 이 기록이 잠든 기억을 깨우는 작은 열쇠이자 다정한 트리거가 되길 바란다.
의자에 툭 걸쳐진, 온기가 남은 하얀 호텔 가운 한 벌.
- 조식 뷔페의 대만식 죽과 볶음밥으로 든든하게 하루를 시작할 것.
- 남강 전시관 셔틀버스를 타고 신북의 가을 풍경을 느긋하게 감상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