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타이중은 옅은 안개가 낮게 내려앉아 도시 전체가 한 폭의 수묵화처럼 번져 있었다. 피부에 닿는 17도의 서늘한 공기는 정신을 맑게 깨웠고, 우리는 그 서늘함을 피해 Ka Er Deng Fan Dian Tai Zhong Guan the carlton taichung 로비로 들어섰다. 은은한 황금빛 조명이 감도는 로비에는 볶은 원두의 고소한 향기가 공기 중에 층층이 쌓여 있었고, 건네받은 웰컴 커피의 온기가 손바닥을 타고 심장까지 천천히 전해졌다. 엘리베이터는 생각보다 아담했다. 두 사람이 타자 공간이 금세 밀도 있게 채워졌고, 어깨와 어깨가 살짝 맞닿을 때마다 묘한 긴장감과 안도감이 교차했다. 버튼을 누르고 문이 열리기까지의 그 짧은 지체 시간은 마치 세상으로부터 잠시 격리된 유예의 시간 같았다. "조금 좁네"라고 속삭이는 너의 목소리가 귓가에 가깝게 들렸고, 나는 그 거리감이 싫지 않았다. 방에 들어서자 빳빳하게 말려진 하얀 시트가 시야를 가득 채웠다. 몸을 뉘었을 때 들리는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고요한 방 안의 유일한 리듬이었다. 커튼 틈으로 스며든 7시의 햇살이 발끝에 머물 때, 우리는 잠시 말없이 천장을 바라보며 서로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특히 온천 폭포 아래 서 있는 듯 어깨와 무릎을 강하게 밀어 올리는 따뜻한 샤워기 물줄기는 여행의 피로를 씻어내기에 충분했다. 뜨거운 물줄기가 피부에 닿는 순간,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던 근육들이 스르르 풀리며 깊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아침이 밝아 찾아간 쉐어 레스토랑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흰 죽과 짭조름한 미소 된장국이 우리를 맞이했다. 밋밋하지만 다정한 죽 한 숟가락이 위장을 따뜻하게 데웠고, 구운 생선의 고소한 풍미가 식탁 주변을 포근하게 감쌌다. 숟가락이 그릇에 부딪히는 달그락 소리마저 평화롭게 들렸고, 우리는 많은 말을 나누지 않았다. 그저 음식의 온도를 음미하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식사를 마치고 호텔 밖으로 나와 초우다오의 초록빛 길을 걸었다. 2월의 바람은 여전히 차가웠지만, 나란히 걷는 우리의 보폭은 어느 때보다 정교하게 맞물려 있었다. 길가에 이름 모를 작은 꽃들이 수줍게 고개를 내밀고 있었고, 너는 내 옷소매를 살짝 쥐었다. 나는 그 작은 손길에서 말로 다 하지 못한 다정함을 읽었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서두를 필요 없는 무용한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가는 기분. 누군가 힘내라고 말하지 않아도, 그저 이렇게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되었다. 다시 돌아온 작은 엘리베이터 안, 문이 닫히기 전 찾아온 짧은 정적 속에서 서로의 고른 숨소리가 들려왔다. 좁은 공간이 주는 밀도가 우리 사이의 거리마저 지워버린 듯했다. 그것은 이번 여행이 우리에게 준 가장 완벽한 대답이었다. 젖은 안개와 따뜻한 죽, 그리고 적당한 거리의 산책. 그 소박한 조각들이 모여 잊지 못할 기억의 풍경이 되었다.
- 초우다오의 초록빛 길을 따라 정처 없이 천천히 걷기.
- 조식 레스토랑에서 따뜻한 죽과 미소국으로 아침 시작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