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의 은은한 디퓨저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누가 먼저 도착하는지 내기를 했지만 결과는 무승부. 체크인을 위해 오른 엘리베이터는 생각보다 아담했다. 셋이 타니 어깨가 서로 맞닿았고, 좁은 공간 속에 서로의 체온과 옅은 숨소리가 섞였다. 그 밀착감이 묘하게 안심되었다.
조식 레스토랑 '쉐어'의 공기는 갓 구운 빵의 고소한 온기로 가득했다. 접시에 담긴 열대 과일의 선명한 색감이 시각을 자극했고, 쌉싸름한 커피의 김이 안경 너머로 흩어졌다. 접시를 비우고 다시 채우는 직원들의 기민한 손길. 오직 먹는 것에만 집중하는 시간은 언제나 정직하고 평화롭다.
"주차장이 너무 멀어, 다리 끊어지겠어." 친구가 짐가방을 끌며 투덜거렸다. 나는 방금 마주한 하얀 시트의 빳빳하고 서늘한 감촉을 손끝으로 느꼈다. "근데 침대는 바로 여기 있잖아." 내 무심한 대답에 친구는 입을 다물었다. 깨끗하게 정돈된 방 안에서는 날카로운 투덜거림조차 금세 솜사탕처럼 잦아들었다.
이번 여행의 유일한 목적은 '최대한 누워 있기'였다. 우리는 누가 더 오래 침대 밖으로 나가지 않는지 내기를 했다. 결국 내가 이겼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경쟁이라니. 눅눅한 게으름이 주는 쾌락은 그 어떤 성취감보다 달콤했고, 우리는 그 쓸모없는 승리에 낄낄거렸다.
2월의 타이중은 안개가 잦다. 창밖 풍경은 물기를 머금은 수묵화처럼 몽환적이었다. 유리창을 통과해 굴절된 빛이 회색빛 안개를 옅은 줄무늬로 나누어 놓았다. 눅눅한 공기가 창틀 너머에서 서성이는 것을 보며, 나는 아무런 생각 없이 멍하게 시간을 흘려보냈다.
Ka Er Deng Fan Dian Tai Zhong Guan the carlton taichung의 객실은 아담했지만, 그 안의 디테일은 다정했다. 특히 온천 폭포처럼 쏟아지는 강력한 샤워기 물줄기가 어깨의 피로를 씻어내렸다. 뜨거운 김이 욕실을 가득 채우고, 피부에 닿는 물방울의 타격감이 기분 좋게 짜릿했다. 문손잡이에 난 작은 스크래치마저 누군가의 기억이 머물다 간 흔적 같아 마음이 놓였다.
가벼운 외투를 걸치고 초우도까지 걸었다. 기온은 17도, 피부에 닿는 바람이 적당히 서늘해 걷기에 가장 좋은 온도였다. 길가에 핀 이름 모를 꽃들의 은은한 향기와 천천히 발을 맞추는 강아지들의 리듬. 특별한 목적지 없이 발길 닿는 대로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허기가 채워졌다.
대단한 풍경을 쫓지는 않았다. 그저 먹고, 자고, 조금 걸었을 뿐이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지루한 여정이라 하겠지만, 나는 이런 무용한 반복이 주는 안온함을 사랑한다. 다시 이곳에 돌아와 같은 궤적을 그려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가에 남은 옅은 빛의 잔상.
- 조식 '쉐어'의 메뉴를 하나하나 천천히 맛봐봐. 종류가 생각보다 많아.
- 호텔에서 초우도까지 천천히 걸어봐. 2월의 공기가 정말 환상적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