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타이중은 공기 자체가 젖은 수건처럼 무겁고 눅눅했다. 로비의 자동문이 열리는 순간, 날카롭고 건조한 냉기가 피부에 찰싹 달라붙었다. 웰컴 드링크로 건네받은 커피에서는 쌉싸름한 탄 향이 났고, 그 온기가 손바닥을 타고 천천히 퍼지며 낯선 도시에서의 긴장을 녹여주었다.
조식 식당 '쉐어'의 테이블은 매끄러운 대리석의 감촉이 느껴졌다. 달그락거리는 접시 소리가 규칙적인 리듬을 만들었고, 갓 구운 빵의 고소한 향기가 코끝을 간질였다. 일본식 미소 된장국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김과 차가운 과일의 대비가 입안에서 경쾌하게 어우러졌다. 배를 채우는 단순한 행위가 주는 안도감이 생각보다 컸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친구가 캐리어를 내려놓으며 툭 던졌다. "생각보다 아담하네." 나는 짐을 풀며 대꾸했다. "아담한 게 아니라 쾌적한 거야, 미니멀리즘이라고." 우리는 좁은 공간의 정의를 두고 5분쯤 유치한 논쟁을 벌이다가, 결국 에어컨 바람이 닿는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입을 다물었다. 시원함 앞에서는 논리보다 본능이 우선이었다.
우리는 사소한 내기를 했다. 전용 주차장에서 로비까지 걷는 시간이 3분을 넘을지 말지. 결과는 나의 완패였다. 끈적이는 습도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체력을 깎아내리며 티격태격했지만, 그 덕분에 타이중의 여름이 얼마나 지독한지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나쁘지 않은 패배였다.
창밖으로 펼쳐진 타이중 시내는 짙은 회색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무거운 하늘.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그 색의 변화를 관찰했다. 두꺼운 유리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도시의 소음은 아득한 파도 소리처럼 멀게만 느껴졌고, 그 정적이 우리 사이의 공백을 편안하게 채웠다.
Ka Er Deng Fan Dian Tai Zhong Guan the carlton taichung의 하얀 시트는 서늘한 촉감을 품고 있었다. 몸을 뒤척일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면직물의 소리가 귓가를 스쳤고, 잘 다려진 빳빳함이 피부에 닿았다. 이 하얀 고치 속에 갇혀 오후 내내 정지해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의 목적이 '완벽한 게으름'이라면 이곳은 정답이었다.
초우도로 향하던 길, 예고 없이 소나기가 쏟아졌다. 우산도 없이 젖어버린 옷가지들이 몸에 무겁게 감겼다. 서로의 엉망이 된 꼴을 보고 우리는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뜨겁게 달궈졌던 아스팔트 위로 비가 내리자 특유의 비릿하고 구수한 흙냄새가 올라왔다. 젖은 채로 걷는 해방감이 생각보다 달콤했다.
다시 Ka Er Deng Fan Dian Tai Zhong Guan the carlton taichung으로 돌아와 뜨거운 물에 몸을 맡겼다. 어깨를 타고 흐르는 온수가 하루의 피로를 씻어냈고, 젖은 옷을 벗어 던진 뒤 다시 그 서늘한 침대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아무런 생산성 없는 무용한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갔다. 그 무용함이야말로 이번 여행에서 가장 사치스럽고 가치 있는 조각이었다.
방 안의 조명은 낮게 고요해져 있었다.
- 호텔에서 나와 초우도까지 천천히 걸으며 타이중의 공기를 느껴봐.
- '쉐어' 조식당의 갓 구운 빵과 진한 커피 조합은 꼭 경험해봐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