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뒤의 우리에게. 그때도 지금처럼 사소한 농담에 배를 잡고 웃고 있을까. 10월 타이중의 공기는 눅눅함이 가시고 기분 좋은 서늘함이 섞여 있었어. 그 적당한 온도가 네 기억 속에 여전히 머물러 있길 바라.
5년 뒤에도 선명하게 떠오를 네 가지 조각들
1. 폭포수처럼 쏟아지던 샤워의 기억: Ka Er Deng Fan Dian Tai Zhong Guan the carlton taichung의 샤워기는 기대 이상으로 강렬했다. 뜨거운 물줄기가 어깨와 무릎을 강하게 때리는 수압은 마치 비밀스러운 온천 폭포 속에 들어온 기분이었고, 우리는 누가 더 오래 버티나 유치한 내기를 했다. 욕실 안은 금세 뽀얀 수증기로 가득 차 서로의 형체가 흐릿한 그림자처럼 보였고, 그 몽환적인 풍경 속에서 터져 나온 웃음소리가 타일 벽에 부딪혀 울려 퍼졌다. 수건으로 몸을 닦고 나왔을 때 피부에 닿던 서늘한 공기와 온몸을 감싸던 나른한 해방감은 꽤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2. 암막 커튼이 만들어준 완벽한 고립: 아침 일찍 일어나 타이중의 구석구석을 누비자고 호언장담했지만, 결과는 뻔했다. 빛 한 점 허용하지 않는 두툼한 암막 커튼 덕분에 우리는 세상과 단절된 채 정오까지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빳빳하게 잘 관리된 호텔 시트의 서늘한 감촉과 눅눅한 잠결, 그리고 귓가에 규칙적으로 들려오던 친구의 코골이 소리까지. "조금만 더 자자"며 이불 속으로 더 깊숙이 파고들던 그 게으름이야말로 이번 여행의 정점이었다. 계획대로 되지 않아 더 우리다웠던, 완벽한 무위의 시간이었다.
3. 초록의 리듬, 캘리그라피 그린웨이의 산책: 호텔에서 조금만 걸으면 닿는 초록빛 길. 10월의 공기는 끈적임 없이 보송했고, 뺨을 스치는 바람은 딱 적당한 온도로 우리를 맞이했다. 서로의 촌스러운 옷차림을 두고 낄낄거리며 걷던 길 위에는 이름 모를 풀꽃들의 은은한 향기와 도시의 소음이 묘하게 섞여 있었다. 특별한 목적지 없이 발길 닿는 대로 걸으며 나누었던 시시콜콜한 이야기들, 그리고 그 시간의 느릿한 리듬. 그냥 좋았으니까, 우리는 멈추지 않고 계속 걸었다.
4. 입안 가득 퍼지던 복주면의 진한 풍미: 아치 삼대 복주면에서 만난 쫄깃한 면발의 충격. 짭조름한 고기 고명이 얹어진 면을 크게 한 젓가락 들이켰을 때, 우리는 누가 더 많이 먹나 내기를 하며 어린아이처럼 굴었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뜨거운 김과 시장 특유의 소란스러운 활기, 그리고 코끝을 자극하는 진한 육수의 향기. 결국 배가 너무 불러 걷지도 못한 채 호텔로 돌아와 침대에 대자로 뻗어버렸던 그 허탈한 만족감은, 여행이 주는 가장 정직한 행복이었다.
5년 뒤, 이 기록의 봉인을 풀 때
구체적인 대화는 잊히겠지만, Ka Er Deng Fan Dian Tai Zhong Guan the carlton taichung의 안락함과 조식 식당의 활기찬 소음은 몸이 기억할 거야. '우리 진짜 게을렀다'며 웃던 그 무용한 시간들이 사실은 가장 밀도 높은 휴식이었음을 깨닫겠지. 10월의 공기가 주는 적당한 무게감이 우리를 감싸 안았던 그 순간들이, 훗날 지친 일상을 버티게 하는 작은 숨구멍이 되어줄 거라 믿어. 다시 그곳에 간다면 우리는 또 똑같이 게으를 것이고, 그게 충분히 좋을 거야.
창가에 머문 옅은 오후의 햇살과 반쯤 비워진 생수병.
- 조식 시간의 엄격함마저 여행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느긋하게 즐길 것.
- 캘리그라피 그린웨이의 초록빛 길을 따라 이름 모를 풀꽃들과 눈을 맞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