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타워. 3층 높이의 거대한 유리 기둥 속에 갇힌 호박색 액체들이 정교한 질서를 유지하며 층층이 쌓여 있는 모습. 조명을 받아 잘게 부서지는 빛의 파편들이 차가운 유리 표면을 타고 흐르며 로비 바닥에 흩뿌려지는 시각적 황홀경. 누군가의 취향과 기억을 수집해 놓은 수직적인 도서관처럼 느껴지는 압도적인 분위기와 그 주변을 감싸는 서늘한 공기.
높이에 대해 나눈 사소한 농담
"저거 다 마시려면 얼마나 걸릴까?"
그가 고개를 완전히 젖힌 채 물었다. 나는 잔 속에서 진토닉의 기포가 아주 천천히 위로 솟구치는 것을 응시하며 대답했다.
"글쎄, 아마 우리가 여기서 나갈 때까지도 다 못 마시겠지."
그는 피식 웃으며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왔다. 알리세 바의 공기는 진 특유의 쌉싸름한 향과 낮게 깔리는 베이스 소리로 눅눅하게 채워져 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말소리보다 얼음이 잔 벽에 부딪히는 챙그랑 소리에 더 집중했다. 딱히 거창한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었다. 그냥 같이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밤이었다.
호박색 빛이 머물던 자리의 잔상
체크아웃을 하고 나니, 그 와인 타워는 기억 속에서 하나의 선명한 잔상으로 남았다. 눈을 감으면 여전히 그 호박색 빛이 망막 위에 머물러 있는 기분이었다. OKU HOTEL의 객실은 딥 블루와 골드의 조화가 돋보이는 젠틀맨 스타일의 우아함이 깃들어 있었다. 침대에 처음 누웠을 때 느껴지던 리넨의 빳빳함과 적당한 무게감으로 몸을 눌러주던 이불의 촉감은, 마치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격리된 안락한 요새에 들어온 듯한 안도감을 주었다. 그 묵직한 포근함 덕분에 한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정적 속에 잠겨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2월의 타이중은 건조했다. 호텔 문을 나서면 코끝에 닿는 차갑고 마른 공기가 피부를 자극했지만, 그 덕분에 루멘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따뜻한 아침 식사의 온기가 더 오래 기억났다. 입안에서 부드럽게 퍼지던 달걀 요리와 은은한 차 향기가 섞여 들어오던 순간. 빛의 흐름을 담았다는 식당의 컨셉처럼, 접시 위에 놓인 음식들이 아침 햇살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였다. 우리는 '여행자의 이야기 부서'라는 호텔의 테마처럼, 우리만의 작은 조각들을 수집하기로 했다.
킨메이의 크리스마스 행사로 향하는 길, 길가에 핀 이름 모를 겨울꽃과 사람들의 낮은 웅성거림이 배경음악처럼 깔렸다. 특별한 계획은 없었다. 그냥 걷다가 예쁜 조명이 보이면 멈췄고, 배가 고프면 눈에 보이는 가게에 들어갔다. 어떤 곳은 별로였고, 어떤 곳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그 무용한 시간들이 사실은 이번 여행의 전부였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느꼈던 18도의 서늘함, 그리고 다시 방으로 들어왔을 때 느껴지던 쾌적한 온도 차이. 우리는 다시 그 빳빳한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운동화는 현관 한구석에서 덩그러니 놓여 있었고, 우리는 서로의 숨소리를 들으며 천장의 무늬를 세었다. 무언가를 이루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시간. 적당히 취하고, 적당히 걷고, 적당히 누워 있던 그 모든 순간이 나쁘지 않았다. 아니, 꽤 좋았다. 그 와인 타워의 빛처럼, 우리의 기억도 층층이 쌓여 서로의 마음속에 깊게 각인되었다.
창가에 맺힌 작은 물방울이 천천히 아래로 흘러내렸다.
- 알리세 바에서 진 베이스의 칵테일을 마시며 와인 타워의 빛을 관찰해보세요.
- 12월의 건조한 공기를 즐기며 킨메이 성품 거리의 크리스마스 조명을 따라 걸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