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타워 병 개수 세기: 3층 높이의 거대한 유리 벽 속에 갇힌 병들을 하나하나 세어보겠다고 내기를 했다. 결과는 처참한 패배. 세 번째 층에 닿기도 전에 시야가 어지럽게 흔들렸고, 우리는 결국 그 찬란한 빛의 굴절을 감상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정답을 맞히는 것보다 압도적인 높이 아래에서 멍하니 서 있는 그 무력감이 더 달콤했다.
소나기 속의 야시장 탐험: 호텔 문을 나서자마자 8월의 무자비한 비가 쏟아졌다. 우산을 펴는 대신 그냥 젖기로 했다. 눅눅해진 티셔츠가 피부에 달라붙고 중화로 야시장의 기름진 냄새가 코끝을 찔렀지만, 오히려 도시의 일부가 된 기분이 들어 나쁘지 않았다. 젖은 신발이 찌걱거리는 소리가 묘한 리듬감을 주며 우리를 이끌었다.
진토닉으로 여름의 색을 마시기: 알리스 바에서 금귤과 꿀, 엘더플라워 향이 섞인 칵테일을 주문했다. 차가운 유리가 손바닥에 닿는 서늘한 감각이 78%의 습도를 잠시 잊게 해주었다. 혀끝에 닿는 톡 쏘는 산미가 8월의 끈적함을 씻어내는 기분이었다. "이게 진짜 휴가지"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성공적인 선택이었다.
방 안에서 완벽하게 정지하기: 대리석의 서늘함과 빳빳한 흰 시트 사이에서 최대한의 정지 상태를 유지했다. 누군가는 여행지에서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에어컨의 낮은 웅성거림 아래서 서로의 게으름을 확인하는 쪽을 택했다. 천장의 정교한 무늬를 세며 누워 있는 시간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생산적인 활동이었다.
나른함과 화려함의 스코어보드
가장 가치 있었던 건 역시 OKU HOTEL의 호박색 조명 아래서 보낸 시간이었다. 대만에서 가장 높다는 실내 와인 타워가 뿜어내는 빛은 정교하게 깎인 유리 조각처럼 공간을 분절시켰고, 금속 소재의 화려한 인테리어는 마치 위대한 개츠비의 파티장에 초대받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 빛의 파편들 속에 앉아 있으면 우리가 나눈 시시한 농담들도 왠지 특별한 기록처럼 느껴졌다. 반면, 비를 맞으며 야시장을 헤맨 건 처음엔 끔찍한 실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눅눅함 덕분에 호텔로 돌아왔을 때 느껴지는 쾌적함이 극대화되었다. 뽀송뽀송한 침구 속으로 몸을 밀어 넣는 순간의 쾌감은 오직 젖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특권이었다. 루멘 레스토랑에서 경험한 '빛의 식탁'은 예상 밖의 하이라이트였다. 조명이 식재료의 색감을 하나하나 살려내는 방식이 꽤 집요했고, 음식의 맛보다 그 빛의 각도를 관찰하는 게 더 즐거웠다. 구시가지의 낡은 건물들 사이에서 이런 세련된 정적을 만날 수 있다는 건 꽤 근사한 반전이었다. 전체적으로 이번 여행은 70%의 나른함과 30%의 엉뚱한 도전으로 채워졌다. 무언가를 꼭 해야 한다는 강박 없이, 그냥 그곳에 머물렀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친구들과 함께 젖고, 눕고, 마시는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의 밑바닥에 있는 게으름을 확인했고, 그것이 묘하게 안심이 되었다.
와인 잔 속에 맺힌 작은 물방울이 조명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였다.
- 자정 무렵 알리스 바의 가장 구석진 자리에 앉아 와인 타워의 그림자를 관찰해 보세요.
- 우산 없이 중화로 야시장을 걷다가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그대로 맞이해 보는 무모함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