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중역에 누가 먼저 도착하는지 내기를 했다. 결과는 뻔했다. 기차가 먼저 도착했고, 우리는 약속 장소를 정하지 못해 역 광장의 인파 속에서 서로를 찾으며 10분을 허비했다. 2월의 공기는 생각보다 서늘했다. 뺨을 스치는 바람이 꽤 날카로웠지만, 그 서늘함 덕분에 몽롱했던 정신이 맑게 깨어났다. 나쁘지 않은 시작이었다.
미야하라 안과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혀끝에서는 진한 달콤함이 터지는데, 목구멍으로는 겨울의 찬 바람이 훅 들어왔다. 극명한 온도 차이에 몸이 움츠러들었다. 친구 하나가 너무 추워 몸을 덜덜 떨면서도 숟가락만은 절대 놓지 않는 모습이 우스웠다. 우리는 그 모순적인 풍경을 공유하며 한참을 웃었다.
"3일 여행하는데 짐을 왜 이렇게 많이 싸 왔어?" 내 물음에 그는 이게 다 '비상용'이라고 답했다. 그가 말하는 비상 상황이란 아마도 거울 속 자신의 옷차림이 마음에 들지 않는 찰나를 말하는 것 같았다. 그의 거대한 캐리어가 Yue Le Lv Dian · Tai Zhong Zhan Qian 로비 바닥을 긁으며 내는 금속성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꽤나 과장되고 소란스러운 여행 준비였다.
로비에서는 팝콘을 무료로 제공했다. 고소하고 짭조름한 버터 향이 공기 중에 흩날렸고, 우리는 아늑한 도서관 공간에 파묻혀 시간을 보냈다. 관광지보다 로비에 머무는 시간이 더 길었던 우리는 이걸 '팝콘 성지순례'라고 불렀다. 입안에서 팝콘이 톡톡 터지는 가벼운 감각만으로도 오후의 나른함이 충분히 채워졌다.
밤 10시. 정적을 깨는 것은 물 끓는 소리였다. 무료로 제공되는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었다. 세 사람이 나란히 앉아 면이 익기를 기다리는 시간. 특별한 대화는 없었지만, 김이 모락모락 나는 용기를 사이에 두고 나누는 온기가 꽤 다정했다. 배가 부르고 나니 비로소 마음속에 평화가 찾아왔다.
방은 콤팩트했다. 하지만 빳빳하게 잘 말려진 시트의 감촉은 쾌적했다. 커튼 틈새로 스며든 거리의 네온사인이 바닥에 가느다란 빛의 선을 그었다. 침대에 몸을 던지자 하루의 긴장이 한꺼번에 풀려나갔다. 적당한 소음과 적당한 안락함. 누워있는 것 자체가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에서 발 마사지기를 빌렸다. 친절한 직원분의 안내를 받았음에도, 셋이서 사용 설명서를 읽으며 작동법을 두고 진지하게 토론했다. 마치 일생일대의 중요한 작전을 수행하는 팀처럼 굴었지만, 결국 버튼 하나를 잘못 눌러 모두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하찮은 소동이 정적을 깨뜨리며 우리를 더 크게 웃게 만들었다.
다시 역으로 향하는 길, 도시의 불빛들이 조금씩 흐릿해졌다. 우리는 서로에게 '그리울 거야' 같은 간지러운 말은 하지 않았다. 대신 "다음엔 제발 그 큰 캐리어 가져오지 마"라고 툭 던졌다. 그것이 우리의 방식이었다. 돌아오는 길의 공기는 여전히 차가웠지만, 마음 한구석은 눅눅하고 따뜻한 온기가 남아 있었다.
네온사인이 꺼진 뒤에도 팝콘 냄새는 한동안 머물렀다.
- 타이중역 근처라면 Yue Le Lv Dian · Tai Zhong Zhan Qian에 짐 맡기고 가볍게 움직여봐.
- 밤 10시 컵라면 타임은 절대 놓치지 마, 그게 진짜 여행이니까.